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뿐 아니라 그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을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 장의 사진과 편지, 오래된 전시 엽서와 도록, 신문기사에는 작품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작가의 삶과 시대, 예술적 선택의 순간들이 남아 있다.
우제길이 평생에 걸쳐 직접 수집하고 보관해 온 자료들은 그의 작업과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어왔다. 사진, 편지, 전시 엽서와 도록, 신문기사 등 다양한 기록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작가의 곁에 머물며 축적되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생생한 아카이브를 이루고 있다.
우제길미술관은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수많은 기록을 하나씩 확인하고 시간의 순서에 놓으면서, 그 안에 한 소년이 화가가 되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찾아 끊임없이 변화해 온 긴 시간이 담겨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업을 바탕으로 마련한 첫 번째 아카이브 전시다. 1942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빛의 시작’, ‘빛의 굴절’, ‘빛의 확산과 사랑’으로 나누고, 사진과 서신, 전시자료, 기사와 작품을 통해 우제길의 삶과 화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보고자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가 우제길 아카이브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확인하고 해석해야 할 수많은 자료가 남아 있으며, 새롭게 발견될 기록도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자료들은 앞으로 더욱 면밀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특정 시대와 전시, 작품과 사건, 인물관계 등을 깊이 들여다보는 다양한 아카이브 전시로 이어갈 예정이다.
아카이브는 과거를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록과 기록 사이의 관계를 찾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음 세대의 연구와 해석으로 이어주는 일이다. 이번 전시가 우제길을 다시 읽기 위한 첫 장이 되기를 바란다.